해양플랜트에서 추가비용 발생과 계약 취소로 수조원대 영업손실에 허덕이는 국내 조선소들에 단비와 같은 유조선 수주 소식이 전해졌다.
2일 조선·해양 전문 외신 트레이드윈즈와 조선업계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국영 선사 MISC의 자회사 AET탱커사가 최근 유조선 8척을 현대중공업 (94,100원 1100 -1.2%)과 삼성중공업 (13,350원 50 0.4%)에 각각 4척씩 발주했다.
AET는 현대중공업에 15만8000DWT(재화중량톤수)급 2척, 11만4000DWT급 2척 등 4척을 발주했다. 삼성중공업과는 11만3000DWT급 4척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은 최근 싱가포르 라이언 시티에서 열린 가스텍(Gastech) 컨퍼런스에서 성사됐다.
AET는 다수의 선박에 대해 올해 건조를 시작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내년부터 건조가 시작되는 선박들에 대해 환경규제가 강화되는 것과 관련이 있다.
국제해사기구(IMO)는 내년부터 건조하는 선박들에 대해서는 질소산화물(NOx), 황산화물(SOx) 배출기준을 강화한 티어3(TierⅢ) 규제를 적용한다. 배출저감장치를 장착하면서도 종전의 연비 효율을 내려면 결국 건조비용이 올라가게 된다. 이런 식으로 현재의 티어2(TierⅡ)가 아닌 티어3을 맞추다 보면 1척당 200만달러 비용이 더 든다.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15만6000DWT급 유조선/사진제공=삼성중공업
해당 선박들은 2017년~2018년까지 인도될 예정이다. 계약 당사자들은 계약금액을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업계는 국제 유조선 시세를 근거로 모두 4억7300만달러(약 5400억원)에 계약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AET는 8척 발주에 더해 현대중공업에 15만8000DWT급 6척, 삼성중공업에 11만3000DWT급 4척을 추가 발주하는 옵션계약도 곧 체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선형별 18척 가격을 합산하면 10억8700만달러(약 1조2400억원)에 이른다.
조선소 건조 일정과 AET의 자금 조달 등을 고려해 일부 선박 건조 시기를 내년 이후로 예정할 경우 가격은 더 추가될 전망이다.
유조선 발주는 3분기에만 2조원 이상 영업손실이 발생한 조선업계에 '가뭄 속 단비'로 인식되고 있다. 특히 건조 시기를 연내로 앞당기면 그에 따른 선수금 유입으로 4분기 실적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유조선은 설계 기술과 건조 난이도로 인해 한국이 절대 강세를 보이는 선종이다. 2013년 한국이 284척을 수주하는 동안 중국과 일본은 각각 112척, 87척 수주에 그치고 올해도 9월 말 현재까지 한국이 121척, 중국과 일본이 각각 53척, 55척에 불과했다.
조선업계는 세계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유가 하락으로 석유제품 소비와 함께 유조선 수요가 일정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해양플랜트 손실을 만회하는 데 탱커선과 LNG(액화천연가스) 추진선 등 고부가 선박 수주가 필수"라며 "조선소간 수주 경쟁이 매우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