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이 세계 최대 규모의 극지(極地)용 쇄빙(碎氷)상선을 개발했다. 현대중공업은 최근 캐나다 ‘IOT(Institute for Ocean Technology) 연구센터’내 빙수조(Ice Tank)에서 19만톤급 쇄빙 철광석운반선에 대한 최종 선형 성능검증을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밝혔다.
이 선박은 북극해 중에서도 가장 극지로 꼽히는 1.7미터 두께의 캐나다 빙해를 뚫고 6노트(약 11km/h)의 속도로 운항할 수 있으며, 길이 310미터에 폭은 51미터다. 쇄빙상선이란 극지방을 전용 쇄빙선 없이 독자적으로 운항하며 화물을 운송하는 선박으로 두꺼운 얼음을 얼마나 빠르고 쉽게 깨면서 운항할 수 있는 지에 따라 성능이 좌우된다.
현대중공업이 이번에 개발에 성공한 쇄빙상선은 현재 운항 중인 세계 최대 7만톤급 쇄빙상선과 비교해 2배 이상의 수송능력과 운항속도를 자랑하며 연료효율도 5% 이상 높인 것이 특징이다.
여기에 링(Ring) 타입의 프로펠러 2개를 장착한 ‘듀얼(Dual) 추진시스템’을 적용해 기동력을 높이고 유빙(遊氷)과 충돌해도 견딜 수 있도록 견고하게 설계됐다.
조선업계에서는 최근 지구온난화로 인해 천연가스, 원유, 철광석 등이 풍부한 북극의 자원개발이 용이해질 뿐 아니라, 북극해 항로를 이용하면 아시아-유럽 간 항해거리를 40% 가까이 줄일 수 있어 전 세계적으로 극지용 쇄빙상선의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이번에 세계 최대 쇄빙상선이 개발됨에 따라 향후 운송능력 등 효율성 측면에서 극지 해운시장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며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차세대 기술 개발에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010년 6월 극지용 LNG선 및 LNG FPSO의 핵심용접기술에 대한 국책과제 주관기관으로 선정된 바 있으며 최근에는 쇄빙 LNG선 개발에 나서는 등 극지용 선박 및 해양설비 시장 개척을 위한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2011년 2월과 2010년 2월에는 각각 영국과 노르웨이에서 북해용 FPSO 공사 수주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부가가치가 높은 해양설비로 각광을 받고 있는 드릴쉽(Drillship, 심해시추선)에 처음으로 순수 우리기술로 만든 국산엔진이 탑재된다. 현대중공업은 올 들어 지금까지 미 다이아몬드사, 노블드릴링사 등 세계적인 시추회사들로부터 드릴쉽에 들어갈 ‘힘센엔진(HiMSEN)’ 총 98기를 1억 5천만 달러에 수주했다고 밝혔다.
힘센엔진은 현대중공업이 지난 2000년 국내 최초이자 유일하게 독자 개발에 성공한 엔진. 독일의 만(MDT), 핀란드 바르질라(Wartsila), 미 캐터필러(Caterpillar) 등 외국회사들의 제품이 독점하고 있는 드릴쉽 엔진 시장에 국산기술의 힘센엔진이 본격 진출에 나선 것. 이번에 수주한 힘센엔진은 오는 2012년 상반기부터 현대중공업이 건조하게 될 9척을 포함하여 총 15척의 드릴쉽에 순차적으로 탑재될 예정이다.
드릴쉽에 장착되는 엔진은 드릴십의 위치 제어 및 추진기 역할을 하는 스러스터(Thruster)에 전기를 공급하는 핵심장치로 1척의 드릴쉽에는 통상 6개에서 8개의 발전용 엔진이 탑재된다.
특히 드릴쉽 엔진은 시추작업의 특성상 해상의 악조건을 장기간 견뎌내야 하기 때문에 일반 상선보다 까다로운 품질조건을 만족시켜야 했다. 이 때문에 보수적인 엔진시장에서 지금까지 외국제품을 사용해 왔던 것.
현대중공업의 힘센엔진은 지난 2001년부터 본격 생산에 들어가 불과 10년 만인 2011년 2월 누계생산 5,000대를 달성하고 선박용 중형엔진 시장의 35%를 점유하는 등 단기간 내 세계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았다.
여기에 2002년 ‘대한민국 10대 신기술’, 2004년 ‘세계일류상품’에 선정되고 세계 3대 디자인 공모전인 ‘iF디자인어워드’, ‘레드닷디자인어워드’에서 잇달아 수상하는 등 뛰어난 품질과 디자인에 대해서 이미 검증을 마친 상태.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힘센엔진은 지금까지 전 세계 40여 개국에 6,700여 대를 수출하며 기술력을 인정받았다”며 “이번 드릴쉽 엔진 수주는 순수 국산기술의 힘센엔진이 선박용, 육상발전용에 이어 고부가 해양설비 분야까지 시장을 확대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힘센엔진은 최근에는 육상 발전용으로 이동식발전설비(PPS, Packaged Power Station)와 디젤발전설비(DPP, Diesel Power Plant)에 탑재돼 중남미와 동남아, 중동, 아프리카 등지로 수출되며, 이들 국가의 전력난 해소에 기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