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조선업계의 신규 수주 물량이 지난 4월 이후 7개월 만에 중국을 제치고 세계 1위를 다시 탈환했다.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인 클락슨은 국내 조선업계가 표준화물선 환산 톤수로 지난달 71만 6천 톤을 수주해 25만 6천 톤에 그친 중국을 크게 앞섰다고 지난달 6일 밝혔다.
한국 조선사들은 세계 금융위기 이후 어려움을 겪어왔지만, 지난달 STX가 브라질 업체로부터 1조 원 규모의 철광석 운반선 8척을 수주하는 등 상황이 나아지고 있다고 클락슨은 덧붙였다.
국내 조선업계, 조선 수주 1위 탈환
한국 조선업계의 신규 수주가 7개월만에 중국을 제치고 세계 1위 자리를 되찾았다.
최근 국제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국내 조선업계는 지난 11월 한 달 동안 71만6097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를 신규 수주했다.
한국 업계의 점유율은 71.7%로, 25만595CGT(25.6%)를 수주한 중국을 크게 앞섰다. 한국의 신규수주 점유율이 중국을 제치고 세계 1위에 오른 것은 지난 4월 이후 7개월 만이다.
STX조선해양이 브라질 철강업체 발레로부터 1조원 규모의 철광석 운반선 8척을 수주한 것을 비롯, SPP조선이 2420억원 규모의 벌크선 6척을 따내는 등 성과를 올렸다. 빅3 조선사들도 상황이 개선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달 4일 독일의 알베에이로부터 해상풍력발전기 설치선 3척을 총 4억5000만달러에 수주했고, 삼성중공업도 최근 미국의 크루즈선사인 유토피아로부터 11억달러 규모의 크루즈선(10만t급) 건조 입찰에서 단독 계약대상자로 선정됐다.
한국 조선사들은 그동안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극심한 수주가뭄을 겪은 반면 중국은 자국 내 해운사의 발주물량이 몰리면서 상대적으로 한국보다 많은 수주 물량을 확보할 수 있었다.
>> 조선업계 연말 수주대박 터지나
국내 조선업계가 11월 중국을 제치고 신규 수주 1위 자리를 다시 찾은 데 이어 12월에도 수주 임박 소식이 이어져 조선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지난달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최근 그리스선사로부터 15만7000DWT(재화중량t수)급 수에즈막스 유조선 3척을 수주하기로 하고 막바지 협상을 벌이고 있다. 해당 유조선은 오는 2011년 선주 측에 인도될 예정이며 선가는 11일 현재 국제 기준선가와 비슷한 척당 6200만달러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대우조선해양도 앙골라 국영석유사와 수에즈막스 유조선 5척의 건조를 위한 협상을 진행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미포조선 역시 최근 유럽 선주와 6000DWT급 아스팔트 운반선 2척의 신조선 계약을 둘러싼 협상을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본계약 체결 전이지만 선가는 척당 1800만달러 내외가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계약 체결시 2011년까지 선박이 인도될 예정이다.
본계약이 확정된 신규 수주 소식도 12월들어 계속 이어지고 있다. STX유럽은 14일 노르웨이선사로부터 모두 9억크로네(약 1830억원) 규모의 해양작업지원선 2척을 수주했다고 밝혔다. 지난 4일에는 대우조선해양이 독일 알베에그룹 자회사인 알베에이로부터 4억5000만달러 규모의 해상풍력발전기 설치선 3척(옵션 1척 포함)을 수주한 바 있다.
올 들어 계속된 수주가뭄으로 고전을 면치 못했던 국내 조선업은 지난 10월 저가 공세에 나선 중국에 2000년 2월 이후 약 10년만에 수주잔량 기준 세계 1위를 빼앗겼다. 하지만 11월들어 신규수주 점유율 71.7%로 중국을 제치고 7개월만에 신규수주 1위를 탈환한데 이어 12월에도 신규 수주 및 수주임박 소식이 잇따라 향후 전망을 밝게 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조선사마다 수주 총력전을 펼친 결과 연말을 앞두고 수주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며 “과거 몇 년간 이어졌던 호황이 다시 오기는 어렵지만 내년에는 올해보다 한층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 특수선 등 사업 다각화 성과 나타나
금융위기로 어려움을 겪어온 국내 조선업계가 다각화로 승부하고 있다. 경기에 민감한 컨테이너선 등 ‘전통 선박’ 대신에 특수선 수주에 몰두하는 데가 있는가 하면, 풍력발전 분야에 초점을 둬 해외에 풍력발전기 제조공장을 세우려는 조선소도 있다. 불황 극복을 위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빠르게 바뀌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6일 업계에 따르면 다각화가 잘 된 기업은 현대중공업이다. 사업 부문별로 특화 전략을 잘 펴고 있는 현대중공업은 최근 변압기와 풍력발전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달 말 남아프리카공화국로부터 2억5,000만달러 규모의 초고압 변압기를 수주한 현대중공업은 쿠바에서는 이미 자사 변압기가 지폐 도안에 쓰일 정도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그간 준비한 풍력발전도 결실을 맺고 있다. 10월 초 미국 풍력발전업체에 1.65㎿급 풍력발전기 6기를 첫 공급한 것을 비롯해 지난달에는 한국남부발전 등과 공동으로 태백에 풍력발전단지를 착공했다.
대우조선해양은 풍력발전 사업을 선박에 접목시켰다. 이달 초 수주한 선박은 심해에서 원유를 시추하는 드릴십 형태인데, 주문자 요구로 건조되는 세계 최초의 풍력발전기 설치선이다. 기존에 바지선(자체 동력이 없는 구조물)을 이용했을 때보다 설치시간과 효율 면에서 장점이 탁월하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삼성중공업은 전통 크루즈선과는 다른 ‘아파트형 크루즈선’ 건조에 나섰다. 지난달 말 미국업체로부터 수주한 크루즈선은 배에서 장기휴양을 원하는 고객을 위해 자사의 주상복합건물 건축과 선박 건조 기술을 접목시킨 게 특징이다. 회사에서는 제대로만 만들면 기존 크루즈선 시장에서 큰 변화를 몰고 올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거는 기대가 크다.
STX조선해양은 STX유럽과 STX다롄조선해양기지의 안정화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크루즈선과 군함 등 특수선에 우위를 가진 유럽 조선소와 선박 일관생산체제를 갖춘 중국 조선소가 국내 본사와 ‘삼각 구도’를 통해 안정적인 사업 포트폴리오를 유지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업계 관계자는 “해운경기 침체 장기화로 선박시장이 직격탄을 맞고 있어 국내 조선소들이 다각화 전략을 발빠르게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